심상인 국장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로부터 수백만원의 촌지를 받은 혐의로 파면을 요구한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2명이 그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현용선)는 신모 교사에 대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회 상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하게 처리해 줄 것을 부탁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4학년 담임교사였던 그는 학부모 2명으로부터 46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김모 교사에 대해서는 “금품을 준 학부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무죄다. 하지만 금품을 받았는데도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당혹스러운 판결”이라고 했다. 한국교총은 “대가성, 법적 문제를 떠나 학부모에게서 수백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교사로서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이라며 “중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상규’란 국어사전에 ‘널리 적용되는 규칙이나 규정’, ‘늘 변하지 않는 규칙’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촌지 받은 것이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촌지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 그런 까닭에 부패 척결을 개혁의 첫머리에 올려 놓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촌지 10만원을 받아도 해임·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서울시를 비롯해 한두 곳이 아니다. 인사혁신처도 100만원 이상 금품·향응을 받는 공무원을 무조건 퇴출시키기로 하고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을 바꿨다.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법률)도 만들었다. 이런 흐름이 우리 사회의 상규가 아닌가.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7월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내 아이를 잘 돌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16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촌지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촌지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무위로 돌린 판결’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왜 비판이 쏟아지는지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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