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조현범

모 방송사 기동취재에서 버튼만 누르면 차량 번호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자동차번호판 가리개가 최근 유행처럼 팔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구간에서는 달리던 승용차 번호판이 갑자기 검게 변하면서 번호가 보이지 않다가 단속 구간을 지나자 다시 번호판이 나타나는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비밀은 검정색 번호판 가리개인데, 이 가리개를 번호판 앞에 설치한 뒤 운전자가 버튼만 누르면 검정 필름이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것이다.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설치한 무인단속 카메라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고,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등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한 단속 카메라가 위반 차량을 촬영해도 차량번호를 알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다.
번호판을 감추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자동차용품 판매점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한 점포에서만 올해만 1,000대 넘게 팔았다고 자랑하고 있었으며, 2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속도위반, 신호위반, 주정차위반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지 않는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도 그에 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또다시 차량번호판을 가리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이 대한민국의 얌체운전자들이다.
한때는 속도위반 단속카메라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속도감지GPS가 불티나게 팔리다가 요즈음에는 네비게이션이 보급되면서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금 불법장치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동차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82조 제1호(제10조 제5항)에 의거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결국 속도위반 3∼9만원, 신호위반 6만원, 주·정차위반 4만원의 범칙금을 아끼려다 최대 100만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소위 말해 빨간줄이 그어지는 전과자가 되는데도 무리수를 둘 것인가.
그리고 자신이 급히 갈 일이 있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출발하면 속도를 위반해 가면서 운전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교차로상의 교통신호에 걸리면 다음신호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한다고 해도 늦어도 2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대로변에 있는 상가들이 대부분 자체적으로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여 부득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하나, 오랜 시간동안 일을 보아야 한다면 주변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주정차위반 범칙금과 견인비를 포함한 필요 없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번호판을 가리는 장치 구입비 20만원과 과속으로 인하여 소모되는 기름값 등을 합하면 정속주행으로 소비되는 연료와 주차장에 들어가는 주차비용 등을 합산한 것보다 적게 들어갈까를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불법을 불법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꾸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당신의 자녀와 배우자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질서와 법은 과연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8.15 사면으로 음주·무면허운전, 기타 교통법규 위반 및 사고로 인하여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되거나 벌점이 부과되어 누적이 있던 150만 명이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람이 많이 있었다는 얘기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나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며, 핸들을 잡을 때는 조그마한 여유를 갖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교통사고·사망사고 없는 나라, 막히지 않고 안전한 도로, 큰소리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양보하며 사과할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운전자, 신호가 없어도 보행자를 챙겨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한 성숙하고 멋진 민주시민사회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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