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최승호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 한다고 하면, 1, 2, 3학년 전교생을 대강당에 모아놓고, 학교폭력 예방 영상으로 흑백화면의 비디오테이프 달랑 하나 틀어주고, 학교폭력 유형별 영상이라고 하지만 고등학생이 시청하기에는 너무 유치하여 보는 학생들로 하여금 비웃음 자아내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은 몇 년 전에 교육청이나 경찰청에서 제작한 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별다른 설명 없이 무조건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행동이고, 술·담배를 하면 불량한 학생이라며, 1차원적인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변했다. 예전의 학교폭력이 신체적, 물리적인 폭력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지능적인 학교폭력(사이버폭력)이 주를 이룬다. 가령,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의 친구가 맞고 온 것에 분개하며, SNS상에 ‘OO학교 밟으러 갈 사람 모집’, ‘개돼지같은 XX년, 앞으로 눈에 띄기만 해봐라’ 등 자신의 계정에 글을 올리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과 빠른 시간 내에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을 달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예전 같은 진부한 학교폭력예방교육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전에 학년부장, 담임선생님과 만나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학급 상황을 파악한 후에, 학년별 혹은 학급별 상황에 맞는 테마별·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도 요즘은 사이버폭력이 가장 큰 화두이기 때문에 사이버폭력예방교육에 집중하여, 비록 사이버따돌림(카톡왕따), 저격글, 패드립 등이 신체적,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피해로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폭력 행위의 위험성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예방교육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폭력예방교육 때에도 자녀가 사이버범죄 등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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