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우, 옛날에는 인상쓰고 폼잡는게 쉬웠지만…연극 '웃음의 대학'

 ▲ ⓒ나라일보▲ ⓒ나라일보

"검열관이 나이가 많지만, 인생에서는 작가가 더 성숙한 것 같아요. 웃음을 안다는 것은 실패와 좌절, 슬픔을 아는 것이거든요."

탤런트 정태우(31)가 웃음을 주는 희극을 모두 없애버리려는 냉정한 검열관에 맞서 웃음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작가로 변신한다.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의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52)의 대표작 '웃음의 대학'을 통해서다. 모두가 웃음을 잃어버린 비극의 시대인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다.

이런 시대에 희극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검열관이 극단 '웃음의 대학'의 문을 닫게 하기 위해 작가에게 대본 속 '웃음' 장면을 모두 삭제하라고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7일 간의 이야기다.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모든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며 대본을 수정한다. 그런데 오히려 대본이 재미있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작가는 검열관의 수정 요구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능구렁이처럼 헤쳐나가는 묘를 발휘합니다. 비록 자신이 쓴 것을 포기하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죠. 그리고 결국 지킨 웃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고요. 그런 작가의 에너지가 좋았어요."

정태우는 지난 6월 전역했다. SBS TV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인 사바나'로 연예계에 컴백했으나 '웃음의 대학'이 배우 복귀작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정글의 법칙'을 녹화하는 도중 '웃음의 대학' 출연 제의를 받았다.

"배고프고 사냥을 해야 하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소재로 한 '웃음의 대학'에 대한 제의가 뜻 깊게 느껴지는 거예요. 하하하. 무엇보다 그러나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2인극이라서 대사량이 많고, 긴 호흡이 걱정도 됐지만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역 탤런트 출신으로 1988년 영화 '똘똘이 소강시'로 데뷔한 정태우에게 지난 4년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2009년 결혼했으며, 그해 '에쿠우스'로 연극에 데뷔했다. 2010년 아들 하준(3)을 낳았고, 이듬해에는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복무 중 군뮤지컬 '프라미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부인과 아기가 생긴 부분이 그에게 큰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웃음' 자체에서 이런 부분이 절로 느껴진다.

"예전에는 저의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인상 쓰고 폼 잡고 사진 찍는 것이 쉬웠지 웃으면서 사진 찍는 것도 어려웠죠. 그런데 이번에 '웃음의 대학' 포스터 촬영를 하면서 미소가 예전보다 예뻐진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냥 웃겨서 깔깔대고 웃었다면, 지금은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 그게 더 마음에 들어요."

'웃음의 대학'의 작가도 마찬가지다. 진짜 웃겨서 웃는 느낌의 웃음이 아니라 긍정적인 자존감이 바탕이 된 행복한 웃음을 찾고자 한다. "삶의 어두운 면을 알기 때문에 웃을 수 있죠. 이번 연극을 통해 단순히 말이나 상황이 재미있어서가 아닌 진정한 웃음의 의미를 찾았으면 해요. 관객들도 긍정적으로 회복됐으면 좋겠어요."

한편, 작가 역에는 정태우와 함께 뮤지컬배우 김승대, '천하장사 마돈나'의 영화배우 류덕환이 트리플캐스팅됐다. 검열관은 2008년 국내 초연부터 이 역을 맡아온 송영창과 대학로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서현철, 드라마 '추적자'에서 눈도장을 받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단원 조재윤이 번갈아 맡는다.

11월8일부터 2014년 2월2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연출가 김낙형씨가 지휘한다. 연극열전·적도. 3만5000~4만5000원. 02-766-6007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