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격언으로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왕과 귀족들이 높은 사회적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봉사·기부·전쟁 등에 솔선수범하여 참여하는 전통이 확고했다.
이러한 전통은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영국 왕실의 경우 포클랜드전쟁 때 엘리자베스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해리왕자는 10여 년간의 군 생활 동안 두 차례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기도 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아이젠하워대통령의 아들과 밴플리트 미8군사령관의 아들 등 고위층 자제들이 6.25전쟁에 앞 다퉈 참전하여 밴플리트 사령관의 아들과 같이 임무수행 중 전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투명한 국방의무와 공정한 병역이행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발 맞춰 국민 모두가 사회지도층의 병역이행 사항을 확인하고 지켜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병무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구현을 위해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공개제도’를 1999년도에 도입해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운영해오고 있다.
2014년도에 발표된 병역사항 공개제도에 관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병역사항 공개제도 운영의 효과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6%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대답해 이 제도가 병역공개대상자의 병역이행률 상승과 더불어 우리 사회전반에 사회지도층의 병역면탈방지 및 병역을 자진 이행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병역사항 공개는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병역공개법)’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국가의 정무직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4급 이상의 일반직 및 별정직 공무원, 법관 및 검사, 대학의장, 교육감,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소방정 이상의 소방공무원 등을 신고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고대상자는 신고의무가 발생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본인과 18세 이상인 직계비속의 병역사항을 소속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병역사항신고서를 제출받은 신고기관의 장은 신고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병무청 또는 지방병무청으로 통보해야 하며, 병무청은 신고자의 병역사항을 재확인 후 병무청 홈페이지 및 관보에 공개한다.
경인지방병무청은 관내 33개 신고기관과 2,000여명의 고위공직자 및 직계비속을 관리하고 있으며, 병역사항 신고대상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신고 누락방지를 위해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병무청은 작년에 고위 공직자와 그 자녀에 대한 병적 별도관리의 근거가 되는 ‘공직자 등의 병적관리’ 조항을 병역법에 신설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병적관리대상을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연예인과 체육선수까지 확대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전통에 기초한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병역공개법이 탄생되었으며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뿌리 내리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병역사항 공개제도,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병적관리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병역의무 자진이행 풍토 조성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선도해 나가는데 앞장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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