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시민들, 청와대·헌재·총리공관 방면 행진
퇴진행동, 서울중앙지법 사전집회 등 "이재용 구속" 촉구
탄기국 "특검 해체"…서석구 변호사·새누리 김진태 등 참여

설 연휴 휴식기를 가졌던 주말 촛불집회가 4일 서울 도심에서 다시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월에는 탄핵하라. 14차 범국민행동'을 열고 "2월 중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4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청와대 측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방해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압수수색 승인을 거부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은 또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고 총사퇴를 운운하며 전략적으로 심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 민간잠수사,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경북 성주·김천 주민 등 시민발언 ▲황 권한대행 사퇴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범자 구속 촉구 발언 ▲국정교과서·한미국방장관회담 규탄 발언 ▲가수 브로콜리 너마저, 류금신, 김동산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법원에서 일한다는 공무원 양윤선씨는 시민발언 순서에서 "지금까지 1000만명이 넘는 촛불시민들이 퇴진운동 벌였기 때문에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이라며 "헌재의 탄핵결정도 촛불운동의 영향 받을 것이다. 우리는 광화문에 더 많이 모여서 더욱 촛불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특검에 출석한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향해 "염병하네"라고 말해 주목받았던 특검 사무실 환경미화원 임모(65)씨도 나왔다. 시민들의 환호를 받은 임씨는 이날 촛불집회에서도 '사이다 발언'(사람 속 시원할 정도로 말해주는 것)을 쏟아냈다.

임씨는 본집회 1부의 마지막 발언자로 올라 "평소 화가 날 때마다 '염병하네' 소리를 잘 한다"며 "최순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것을 보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 그런 소리가 나왔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좋아해줄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지금 나라꼴이 이게 뭔가. 죄를 지었으면 반성하고 사과하고 머리를 숙여야 할 텐데 죄를 진 사람이 더 잘 살고 큰소리 치고 이게 지금 현실이란 걸 특검 건물을 청소하며 알게 됐다"며 "정말 억울한 건 난데 그리고 우리 국민인데. 민주주의가 아니다,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 집회를 마친 뒤인 오후 7시25분께 촛불 파도타기 퍼포먼스도 벌였다. 사회를 맡은 퇴진행동 박진 공동상황실장은 이란의 시인 잘란루딘 루미의 시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읊으며 촛불파도를 이끌었다.

박 실장은 "여기 계신 분들이 민주주의의 봄을 여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이 없는 세상은 특권이 없는 세상, 여러분이 주인인 세상"이라며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봄의 정원으로 온 우리 모두를 위해 큰 함성과 박수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30분께부터 청와대와 헌재, 국무총리공관 방면으로 행진을 벌였다. 각 행진대는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시민 발언대, 구호 제창 등을 이어갔다. 이후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오후 8시50분께 정리행사를 끝으로 공식 집회를 마무리했다.

본집회에 앞서 강남에서 사전집회도 진행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법학교수, 법률가농성단 등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모이자 법원! 가자 삼성으로!' 사전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퇴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세력의 국정농단은 그들과 야합한 재벌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박 대통령 적폐의 청산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단호하게 척결하고 자신들만의 지배체제로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재벌의 특권을 해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이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의 조형물과 국정농단 사태 관계자들이 갇혀 있는 '광화문 구치소' 등을 앞세워 법원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까지의 거리 행진도 벌였다.

세종대왕상 인근에서는 오는 5일 촛불집회 100일을 기념하는 떡 나눔과 케익 컷팅행사가 열렸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민들에게 "우리가 반드시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 "함께 끝까지 싸워서 박 대통령을 내쫓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반드시 이뤄내자" 등의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11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대선때 대통령이 돼 준 것만 해도 나라를 구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너무 보고싶다. 집회에 한번 나와달라. 전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울먹거렸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조원진·전희경 의원 등이 참여했다. 박 대통령 탄핵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연단에 함께 올랐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이른바 '유모차 부대'도 등장했다. 7살 아들을 데려온 이신자(39·여)씨는 "진짜 민심이 원하는 것은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라면서 "아들에게 나라를 살리기 위한 엄마의 노력을 설명해주니 응원하더라"고 말했다.

탄기국은 금품을 살포해 집회 참가자를 동원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모차 참석자들을 내세워 자발적 참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거 동참할 것이란 주최측 예고와 달리 유모차 수 대가 모이는 데 그쳤다.

이들은 1부 집회를 마친 뒤 을지로입구역과 남대문로터리를 거쳐 대한문으로 되돌아오는 3.6㎞ 거리 행진을 했다. 오후 6시께부터는 2부 집회를 이어갔다.

탄기국은 또 서울광장에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투신해 숨진 박사모 회원 조모(61)씨의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 측과의 충돌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 도심에 176중대 1만4000여명을 배치했다.

한편 이날 집회 현장을 지나던 차량 운전자 1명이 경찰관에게 찰과상을 입혀 인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운전자는 탄기국 집회 현장에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항의를 했다가 차량 근처로 몰려오는 집회 참가자들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움직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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