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 영

 

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
눈물로 지은 집 한 채가 생각났고, 
눈물도 거짓으로 흘릴 때가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은 집이 모래집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깊다는 생각은 지우기로 했다.
물은 엎드려 흐르는 것인데 
내가 지은 집은 굽이 높았다.

 

약력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등이 있다.  계간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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