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 양광호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따뜻한 봄기운에 녹으면서 수증기의 증발현상이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미세한 현상을 아지랑이라 불렀다.

우리의 사계절은 멋과 풍미가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사연을 품고 다음 계절로 바뀌는 시점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는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과정에 대표적인 현상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었다.

그 시절에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봄의 기운을 느꼈는데 지금에 와서는 봄이 와도 그런 현상을 그다지 목격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겨우내 쌓인 눈이 어지간해서는 잘 녹지를 않았고 특히 높은 산에는 계절이 바뀐 한참 후에야 녹았던 과거와는 달리, 눈이 내리는 즉시 녹아버리기 때문에 쌓인 눈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또한 과거에는 얼었던 대지가 봄의 기운을 받아도 지표면이 먼저 녹고 그 아래는 녹지를 않아서 한 동안은 질퍽거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대지는 항상 촉촉한 수분을 머금고 있었다.

봄이란 혹독한 추위에서 해방되는 시기였으며 새롭게 한 해를 설계하고 기대하면서 기지개를 활짝 펴는 그러한 계절이었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 특히 119 소방대원에게 있어서 봄이란 계절이 꽃과 나비를 노래하는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조금은 고달픈 계절이 되었다.

요즘의 겨울은 그다지 춥지도 아니하거니와 어설피 얼기 때문에 겨울이 지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봄의 전령사였던 아지랑이는 사라지고 건조특보 발령과 함께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걸 알면서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도 정상에는 흰 눈이 덮여있어야 하고 땅은 냉기를 품고 질퍽거려야 하는데 바짝 말라 버린 대지는 건조한 기후를 만들고 산불에 취약한 시기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1년 농사의 시작은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는 일로 시작되었다.

각종 병해충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논과 밭에 불을 놓는 행위가 이루어졌으나 전문가와 관계 당국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가 병충해 예방효과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봄철의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에는 아주 작은 불씨가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여 ‘봄 불은 여우 불’이라 하였다.

올해 들어 산불이 예년에 비하여 급격하게 증가하여 지난 3월까지의 경기도내 산불이 1,325건이 발생하였는데 작년 같은 기간 1,152건에 비하여 15%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발생원인의 대부분은 병충해 방재를 위한 수단으로 방심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산림자원의 손실을 막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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