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인 편집국 제2사회부 국장

국회청문회를 거치고 청와대의 임명을 기다리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일 자진 사퇴하는 사태가 또 벌어 졌다. 10억여 원의 단기 시세차익을 올린 주식 대박 건이 발목을 잡힌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을 빗대 유정 버핏이라는 낯 뜨거운 별명이 붙을 정도였으니 자진 사퇴를 않고서는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전업 투자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솜씨였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물론 당사자는 억울하다지만 내부자거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미 사회의 신뢰를 잃어 헌법재판관의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부담만 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는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공직후보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본인은 판단 잘못으로 국민들로부터 신용을 잃은 것이다.

다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법거래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다.

그의 말대로 헌법재판관에게는 남다른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던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본 때문이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몰래 혼인신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거짓해명,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연루논',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품행 구설에 이은 것이다.

한 두 번은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되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 된다. 잘못에는 응분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안타깝다, 사퇴결정을 존중한다는 국민감정과는 다소 동떨어진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또 사퇴했다고 해서 관련 의혹을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라고 덧붙이 면서 인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인사 검증이 초래한 낙마사태와 관련해 청와대는 적어도 책임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청와대와 약속이나 한 듯 "안타깝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몰랐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감정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또 여러 문제가 제기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서도 청와대는 안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는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등 장관직 수행에 지장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도 문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혁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제대로 된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위직 인사의 중도 하차는 출범 초기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린다. 벌써 문재인 정부 초반 신선한 파격 인사의 호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인사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적임자도 못 찾고, 검증마저 부실하니 인사 시스템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청와대는 하루빨리 인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기영·이유정 사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야당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코드 인사의 전형적 참사라며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우려를 나타내고, 국민의당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고, 바른정당은 사필귀정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한편 그러면서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와 청와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책임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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