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인 편집국 제2사회부 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국빈방문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대접이 흡족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고 하면서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나고 공동성명조차 생략된 채 각자의 언론발표로 대체됐다. 공항 영접에 나온 중국 측 인사의 격에서부터 빚어진 논란이다. 청와대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가 낯설기만 하다. 

사드 보복이 진행되면서부터 양국 관계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됐던 상황이며 그동안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치졸한 보복조치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정상회담은 쌍방 합의문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새로 베이징에 부임한 노영민 대사는 우리 기업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했다. 도대체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이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던 우리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지만 별 답변도 없이 흐지부지 되고 만약 중국이 우리를 얕잡아 보이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0월 31일의 ‘3불(不)’ 합의에 이은 최악의 외교 실패로 기록될 만한 일들을 벌이고 온 것이다. 우리 정상은 중국의 입장을 복창(復唱)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 입장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 북핵 위기 발생 뒤 ‘한반도 문제 3대 원칙’으로 한반도 전쟁 불용,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내세워왔다.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만 추가한 셈인데, 이것 역시 중국이 늘 주장해오던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 측 발표에는 4대 원칙이 모두 시 주석의 발언으로 소개돼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북 압박이 제대로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이 임박한 현시점에선 김정은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원칙에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핵무기가 대한민국을 제1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모든 방법을 다해 저지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었어야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요청하고, 한국도 사드를 포함해 더 강력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어야 한다. 이런 것이 빠진 4대 합의는 공허함을 넘어 부정적 효과를 부를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 문제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라는 말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앞세워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우리에게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보복이 해제됐다고 하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앙갚음으로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의심받으면서까지 ‘3불’ 방안을 다짐한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중국의 오만함을 더 참아야 한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잘못됐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아쉬운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선의 현안은 역시 한반도 문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운명이 결국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과 북한 붕괴 대책을 논의했다”는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의 며칠 전 언급만 해도 그러하다. 미·중 사이에 ‘북핵 이후’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훈계’하듯 했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적어도 정부의 ‘사드 봉인’은 사실상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세끼 연속 한국 수행원들과 식사를 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지경이니 문 대통령이 중국을 왜 갔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지금 전통 우방인 미국에서 왜 평창올림픽 참가에 망설이는 듯 한 발언이 쏟아졌는지 여러 추측을 우리는 생각해야 된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경계할 만큼 중국에 우리나라 정상 회담 적절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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