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영남취재본부 국장)

 
최근들어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되는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4명의 근로자가 질식으로 사망한데 이어 다음날인 26일 오전에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37명이 숨지는 등 18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인명피해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25일 냉각탑 충전재 교체 작업을 벌이던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 사이 포항제철소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철강 분야 세계적 대기업인 포스코 제21대 포항제철소장으로 취임한 오형수 사장이 지난 15일 밝힌 '안전예방 활동을 강화해 위험 없는 제철소 구현'을 표명한지 열흘만에 대형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사고로 고용노동부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40개 모든 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2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재해조사 과정에서 원·하청 누구라도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엄중히 수사해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사고 인명피해가 27일 현재 사망 37명, 부상 151명 등 18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부상자 8명이 늘어난 것인데, 부상자 중 2명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등 중상자들이 많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밀양시·밀양소방서·밀양시보건소 등 사고대책본부는 27일 사고수습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장례지원반을 설치해 운영할 것이며, 아직 빈소를 확보하지 못한 사망자 19명의 경우 유족이 원하면 빈소를 마련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대책본부는 사고 당시 세종병원 입원환자는 2층 34명, 3층 21명, 5층 28명, 6층 16명 등 99명이었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했던 83명보다 16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현장에 투입됐던 119구조대장은 “끈을 푸는 데 한 사람당 30초~1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환자들 들쳐 엎고 나오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환자의 의식이 있는지 등 다른 것은 신경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충북 제천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나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당시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해 3층에 매달린 1명을 구조한 뒤, 지하층을 검색했으며 이로 인해 2층 사우나에서 숨진 대다수 피해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같은 달 3일에는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9.77t 낚싯배인 선창1호가 급유선(336t)과 충돌해 전복돼 15명이 사망했다. 당시 해경은 출동 지시 접수 후 출항까지 20분이나 걸렸다.

또 작년 8월 18일에는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K-9자주포 사격 훈련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이모(27)중사와 정모(22)일병 등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8월 20일에는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잔유 보관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근로자 4명이 숨졌다.

10월 3일에는 제주도 조천읍 신촌포구 인근 해상에서 일가족 5명이 탄 낚시배가 뒤집혀 4살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음날인 12월 4일에는 전남 순천의 한 폐유정제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7m아래 저장탱크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월 14일에는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의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30대 작업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숨진 남성은 출근 사흘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2월 16일에는 서울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한 신생아들은 병원 내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은 임산부의 날 문재인 대통령 표창도 지난해 10월 11일 수상했다.

12월 28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철거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시내버스를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12월 31일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A씨가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불이 나게 해 4세·2세 아들과 15개월 딸 등 3남매가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건사고 행진은 올들어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달 20일에는 서울 목동의 행복한백화점에서 6층에서 멈춘 승강기가 갑자기 2m가량 내려앉으며 조모(66)씨가 내리려던 승강기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딸들의 방학을 이용해 전국 여행에 나섰던 세 모녀는 불이 난 1층 현관문 바로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미쳐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잇달아 발생하는 대형 인명사고를 단순히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안전의식과 기강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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