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휘 영남취재본부 부국장

지금 경북 영덕군민들의 가슴은 앞으로 살아갈 걱정과 근심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간지 10여일이 지난 17일, 강구를 비롯한 영덕 지역 곳곳에는 7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골목 곳곳을 가득 메운, 버려진 가전제품과 집기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주민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쓸 만한 가재도구를 골라내고 설거지를 하고 옷과 이불을 빨아 너느라 분주하다.

영덕군은 내습한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지난 5, 6일까지 이틀간 평균 311.5㎜폭우가 내려 1명이 사망하고 주택 1300여채가 침수됐다.

특히 피해가 심한 강구면 주민들은 이 같이 삶의 터전을 엄습한 흙탕물에 놀란 마음과 깡그리 길가에 버려진 세간살이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마음들을 피해복구로 조금은 추슬렸지만 앞으로 생계걱정으로 마음이 무겁다. 

앞날을 가늠해 보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밤, 몸을 누이면 흙탕물은 사라졌지만 절망이 엄습한다. 현재 법적으로 피해주민에게 지급 가능한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최대 100만원이 고작이다. 각종 세제혜택은 영덕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다 합쳐도 태풍피해 이전 수준의 일상생활에 복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주민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서 빚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 국민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고 무엇보다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국가는 잇단 사건사고 등에 휘둘려 아무런 관심도 없다. 

영덕은 현재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지만 하소연할 데 조차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전전긍긍하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

영덕군은 자체적으로 피해주민 생계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성금모금 홍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금규모는 12여억원에 그쳐 기대치에 휠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16일 현재 영덕군 공공시설 응급복구율은 90%. 침수피해가 집중된 시가지와 주택 등의 외관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서민들의 일상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도 “피해주민들의 형편이 정말 힘들다.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언론의 관심도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이다. 많은 분들이 저희 피해주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시기 바란다.”고 전한다.

영덕군민들이 기대고 싶은 곳은 전 국민의 관심과 도움이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고통에 대한 공감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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