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희 순
뱀딸기도 처음엔 달콤했대 이쁘기까지 한 그것이 잘난
체를 넘치게 해서 神이 단맛만 빼앗고 뱀 곁에 뱀처럼
기어 다니게 만들어 놓았다는 거야
뱀이 침 발라 놓았다는 그걸 할머니 몰래 따먹었다고
했잖아 맛을 잃은 뱀딸기가 복수한 거야 저를 탐한 어린
내게 덤터기를 씌운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
시늉을 이토록 오래 할 수 있겠어 이십 년 전에도 말했지
사람으로 둔갑한 나를 아무도 눈치 못 챘다고
모퉁이 들어서야 빛나는 이 비늘, 밤이면
세상을 날면들면, 훨훨 춤추는 긴 목
아직도 모르겠어?
내눈, 똑바로 보라니까
황희순
1956년 충북 보은군 회남면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강가에 서고픈 날(1993), 나를 가둔 그리움(1996), 새가 날아간 자리(2006), 미끼(2013)를 냈으며, 시집 미끼로 충남시인협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전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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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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