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예

아파트형 공단에 불이 꺼지고 
엄마를 마중 나온 소녀가 
아직 남은 호떡 앞에서 동동거리며 
달 사세요 할 것 같은 밤

팔십도 넘은 하얼빈 태생의 경비가 
손때 그윽한 거울 같은 하모니카 꺼내 들고 
먼 부엉이 울음을 숨죽여 울 것 같은 밤

나뭇잎 붙여 카드를 만들던 꼽추가 
열쇠를 내밀며 내일부턴 안 나와요 
좁은 공단 화단의 명자나무를 
몇 번이고 돌아볼 것 같은 밤

공단병원 창가에 얼굴 하나 
집으로 가는 달 따라가서 머뭇머뭇 
개울께 쯤 불러 세우고
흰 눈 위에 마주 서서 보드란 
뽀뽀를 할 것 같은 밤.

곽예
경기 양평 출생. 2013년 <한국시학> 신인상 당선.
2010년 시흥문학상(시) 수상. 2016년 한국안데르센상(동시) 수상.
현재 행복나무 언어치료실 근무.
                                       <수원시인협회 제공>

 

 

키워드

#N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