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순

 분꽃귀고리 만들어주던 엄마는 서른일곱 이쁜 여자였고 나는 울배기 일곱 살 여자였어요 엄마가 그러했듯 여자라서 불편한 세상 다 허비하고 얼결에 무늬만 남았어요.

 애간장은 누가 다 파먹었을까요 낯익은 저 여자, 죽어야 편하지 편해, 노래 부르던 엄마가 저기 있네요
 엄마, 이만하면 이 딸도 잘 버틴 거지?

 간당간당 매달려 사느라 도려낸 뒤통수 누가 볼까봐 모자 깊이 눌러쓰고 엄마 무덤가요 끝까지 편들어주던 유일한 별, 이제는 편해졌을 여자 만나러 가요

황희순
충북 보은군 회남면에서 태어났다.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강가에 서고픈 날』(1993),『나를 가둔 그리움』(1996), 『새가 날아간 자리』(2006),『미끼』(2013), 『수혈놀이』(2018)를 냈으며 시집『미끼』로 충남시인협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대전작가회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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