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빛나

통영 항이 보이면서 귓불이 붉어졌다
귀띔 없이 찾아든 그 날
물살이 보이는 곳에 고깃배 한 척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 줄 것 같은 비린 사내가 있어
태풍 차바도 허물지 못한 기대가 
선착장에 묶여 있다

밧줄을 풀면 허벅지 사이로 갯조음 물살에 헐떡이고
항구마다 오늘을 사고파는 걸음이
빗살로 엮이는 시간

무너진 언덕 아래 사내는 남아
고향을 지키다가 작은 배로 떠 있고
운명선 같은 것 
올 사람은 온다는 희망이 선착장을 밀고 가는 통영의 뱃길,

백석이 뒤척였던 포구에서 그 남자 불러내어 
하룻밤쯤 나 몰라라 사랑하면 안 되나

빈 소라껍데기를 지고 떠나는 바닷게처럼
등대에 업혀, 캄캄한 바다 언저리 핥고 지나가는 

강빛나
경남 통영 출생. 2017년『미네르바』등단
단국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재학. 현『미네르바』편집위원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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