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자

풀벌레 한 마리
둥근 소리로 
가을로 들어서는 
밤의 통로를 열고 있다

그 소리 따라가면
우련히 떠오르는 들녘
마을 입구엔
솟대가 하나 둘
솟아오른다

하얀 손수건 
푯대로 올려
억새꽃 나부끼는 손짓으로
무리지는 슬픔

가을로 들어서는 
일방통행의 외길
저 끝에서
수신불명의 엽서 한 장
낙엽처럼 지고 있다 

김애자
1989년 《시대문학》 수필 등단, 2001년 《예술세계》 시 등단,  
2017년 《시조시학》 시조 등단,
수원문학상 작품상, 경기시인상, 경기PEN문학 대상 등
산문집 : 『그 푸르던 밤안개』, 『추억의 힘』
시집 :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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