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호
햇살이 지구 표면을 스치며
사과껍질을 벗기는 칼처럼
들어올 때가 있다
그 껍질의 두께가 100킬로미터
그 안에 사람들의 층이
족히 수백 수천 층
개좆도 아니라는 듯이
억센 옹이를 깎아내는 대팻날처럼
묵은 때를 밀어내는 수세미처럼
햇살이 우리의 얼굴로
곧장 들이닥칠 때가
하루에 두 번씩이나 있다
노을에서 상큼한 사과향이 나
사과를 빠갤 듯이 내리꽂히는
정오의 햇살을 찬양한 어느 철학자와 달리
그는 한껏 풀어진 노을을 사랑하는데
이 또한 몹시 불온한 취향일지도 모른다.
전대호
야생초 동인.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
저서 <철학은 뿔이다>.번역서 <인터스텔라의 과학> 외 다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철학과 석사 졸업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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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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