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월

산 능선을 넘어온 가을이
익을 대로 무르익을 무렵
키 큰 감나무들은 여름내
무성한 잎사귀 뒤에 숨겨두었던 그들만의 열매를
찰진 가을햇살 아래서 슬며시 밀어놓는다
가지마다 알알이 넘쳐나는
금빛 햇살 품은 감
정성으로 깎고 걸어 말리는 절제의 계절
신에게 기도하듯 낮은 자세로 기다린다
켜켜이 쌓여가는 다디단 마법의 시간 속에
산골마을 깊은 골목마다 고여 드는
사람 냄새 묻어나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
정제된 시간 속의 감들은
백두대간 호랑이 보다 더 힘이 센
곶감으로 거듭나고
그 치명적인 달달함은
먼먼 기억 밖의 그리움을 불러들일 것이다

임애월
제주도 애월읍 봉성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수료. 1998년『한국시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정박 혹은 출항』『어떤 혹성을 위하여』『사막의 달』『지상낙원』『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출간, 수원문학상 수원시인상. 경기문학인 대상 경기시인상. 경기PEN문학대상. 한국시원시문학상 등 수상. 계간 한국시학 편집주간. 국제PEN한국본부 심의의원 겸 경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경기시인협회 상임이사. 수원시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이사. <글밭>동인 
                                                        <수원시인협회제공>

 

 

키워드

#N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