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라

혈통과 족보가 없는 태생적 원죄로
쾌감 본능의 질주란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

제왕(帝王)을 위한 정조대 차고
불방망이처럼 달아올라도
수십 번 수백 번 눈부신 신부의 탱탱한 허벅지 
헛물켜는 애무와 흥분만,
혀는 말려들고 꽃불 피어나는데

지어 놓은 경희궁
발 들여놓지 못한 광해군처럼
비운의 꼬리표 달고
절정의 순간 쫓겨나
죽일놈의 운명이라 날뛰어 보지만

그녀 발길질에 떨어지더라도
열에 한 번쯤은 계절이 휘어지도록 합방 하고픈
애액(愛液) 흥건한 꿈 속

*시정마(始精馬): 교미(交尾) 바람잡이 말. 
발정기가 되면 거칠어지는 암말로부터 씨수말을 보호하기 위한 애무 전용마.

 

장한라
부산 출생, 1985년 김남조 시인의 사사를 받으면서 작품활동 시작.
계간 『시와편견』 편집장.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
2019년 <부산펜문학> 작가상 수상
시집 『즐거운 선택』, 『새벽을 사랑한다면』이 있다.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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