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국 소방력과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진압된 대규모 화재였다.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주민은 아직도 복구가 진행형이다. 또다시 한 해가 지나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4월이 왔고, 여전히 전국 산불화재 속보가 뉴스를 통해 자주 전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산불 원인 중 논·밭두렁 잡풀 태우기는 불티가 산으로 옮겨붙는 사례 중 하나이다. 최근 소방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 평균 들불 화재는 약 1,400건이며, 7.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그중 산불로 확대되는 것이 약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도 내 논두렁에서 잡풀을 태우다가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자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고 매년 들불 화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고령화된 농촌 지역에서 홀로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길이 커지고 산불로 확대되면 당황한 노인들은 혼자서 불을 끄려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거나 연기흡입 등으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면 산불로 확대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논·밭두렁을 태우는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 논·밭두렁을 태우기는 1960년 ~ 1970년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던 해충 등을 박멸하기 위하여 장려된 방제 대책이었고 품종이 좋지 않고 거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잡풀들을 태웠다. 그러나 현재는 품종개량 및 거름 기술이 발달하였으며 또한, 논둑에 유익한 곤충이 89%지만 해로운 곤충이 11%에 불과하다는 농촌진흥청 자료를 통해서도 논·밭두렁 태우기가 유익한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관습적으로 계속해서 태우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지속해서 농촌 지역에 홍보하고, 특히 산 밑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꼭 태워야 한다면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사전 농업 관련 행정기관과 소방기관에 통보하고 안전책임자 입회하에 공동으로 소각해야 한다. 또한, 담당 소방서에 협의하면 소방차 배치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즘 같은 건조한 날씨에 논·밭두렁의 작은 불씨는 본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산불 및 인근 마을의 삶의 터전을 앗아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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