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

아무런 준비하지 못했다
스멀스멀 소리 없이 스며들어
생각 테두리에 울타리 치고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촘촘히 잔인하게 못을 박았다

속수무책 당한 영혼
과부하 걸린 생각들 
기억 끝 숱한 날을 바닥에 깔아
주물럭거려 지워도
다른 날로 다시 채운다

망각의 늪에서
알맹이만 건져 올린다
풍선처럼 터질 듯
온전하게 남아 있는 삶에 
망각은 축복이다.

 

이경화
1955년 충남 안면도 출생
2013년 수원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14년 한국시학 시 부문 신인상
2015년 수원문학 자랑스러운 문학인상 수상. 2017년 경기문학인상 수상
2018년 홍재문학상 수상
시집『고목에 핀 새순』 도서출판 『고요아침』출간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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