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홍승연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성별, 부모, 집안 등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어떤 옷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할까? 등등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선택하기를 두려워한다. 과연 내가 한 선택이 옳을까? 이 선택이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밖에서 놀까? 집에서 만화 볼까? 하는 귀엽고 간단한 선택이었다면 입학한 후에는 내 반의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우리 학교의 회장 부회장을 뽑는 선택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만 18세가 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사는 곳의 시장, 국회의원, 국가의 대통령까지 선출하게 된다.

나도 어김없이 성인이 되어 첫 공직선거를 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한 공직선거는 제19대 대통령선거였다. 처음하는 투표라 떨리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언론사에서 방송하는 출구조사 및 개표방송을 보면서 당선자를 예상하기도 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몇 개월 뒤,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나는 당시 인문대 학생회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그냥 단순히 투표만 하던 나는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줄여서 선관위라고 불렀고, 매주 모여 회의를 했다.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학교에 걸리는 현수막, 공약집, 선거운동 기간과 시간 등 선거에 관련된 모든 것을 확인하고 규제했다. 또,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들에게 주의조치와 경고조치를 내리는 것 또한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예비후보자의 실수로 후보자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 또한 단호하게 거절했다. 선거일이 임박해서는 선거 독려 PPT를 만들어 모든 단과대와 과별로 선거 날짜와 방법에 대해 안내를 했고, 실제 선거당일에는 학적 확인을 하고 투표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투표소를 지켰다. 

투표가 모두 끝난 후 대강당에 모여 개표를 진행하였는데, 각자 자기가 맡은 투표함을 열어 표를 펴서 확인했고, 후보자들이 지켜보는 장소에서 유효, 무효표를 재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과 위원장의 최종 확인을 거쳐 당선자를 발표하였다. 당선자가 확정되는 순간은 당선된 후보자들의 표정과 낙선한 후보자들의 표정이 매우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투표만 하던 때에는 투표소를 방문해 선거인명부에 서명하고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으면 투표가 끝난 줄 알았던 내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하고 나서 내 권리를 행사하기까지는 많은 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등록, 불법 선거운동 단속, 투표, 그리고 개표까지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의 노고가 있어 현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꽃이 피기 위해선 물과 햇빛, 바람이 필수적이다. 어쩌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이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한 물과 햇빛 그리고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다시한번 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나는 투표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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