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안산해안도로 5년째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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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억짜리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경기 안산시 해안도로 왕복 6차선 도로 일부구간이 주민 반발 때문에 5년 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기능을 상실한 도로는 주민과 일부 동호회의 여가공간 등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시는 대책없이 수 년 째 손 놓고 있다.

12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매송IC와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를 잇는 해안도로(13.9km ) 가운데 안산시 사동의 A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도로(2.83㎞) 구간이 구조물로 막혀 차량통행이 통제 되고 있었다.

차량 통행이 통제된 6차선 도로 위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동 6명은 도로위에서 자전거 경주를 하고, 아예 도로 한 켠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도 있었다.

시 외곽쪽으로 더 걸어가니 이번엔 무선조종 자동차(RC카)를 조종하는 어른 대여섯명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도로에서 연습하는 것이 예삿일인 듯 바닥에는 연습용 경주로가 그려져 있었다.

플라스틱 구조물이 있는 도로 진입로에는 트럭과 45인승 버스 등 대형차량이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빼곡했다.

이 해안도로 구간은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개발을 추진하는 수자원공사가 MTV로 향하는 차량의 통행량을 분산하기 위해 1998년~2009년 조성한 도로다. 시에는 2009년 6월 모든 관리권이 넘어왔다.

그러나 개통을 앞둔 2009년 8월 이 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은 "도로가 개통되면 대형차량 통행으로 인한 소음피해와 교육환경이 악화된다"며 반발했다. 시는 이 같은 민원에 못이겨 아파트와 맞닿은 구간(2.83㎞)을 폐쇄했다.

이후 이 구간은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동호회가 모이는 공간으로 변질됐다. 중간에서 통행이 막히는 바람에 개통된 나머지 구간도 이용자가 적고, 애초 의도했던 시화MTV 통행량 분산 효과도 거의 없는 상태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이 구간 공사에 약 53억원이 투입됐으며 시는 가로등과 가로수 등 유지·보수비로 한 해 수 억원씩 지출되고 있다.

한 시의원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주민 민원이 발생하다보니 시가 민원을 잠재우는 데 급급했던 면이 있다"며 "적지 않은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도로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수 차례 주민들과 협의했지만, 차량 통행에 대한 입장차가 큰데다 대체도로 마련에는 또 다시 수 천억원의 예산이 들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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