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의 도시 ‘화성’을 필(feel)하다

▲ 2014 화성건축문화재 추진위원회상단 왼쪽부터 한준희, 차용주, 유기성, 황정화, 김문섭, 전보영, 최승돈, 황정하, 권오길, 김성원, 최동근하단 왼쪽부터 김의환, 권인호, 오보환, 송기선, 이석규, 이운국 ⓒ경양일보

(화성=정대영 기자)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춘 화성시는 도농복합도시로 승격하면서 급격한 산업화ㆍ현대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건축은 단순히 공사만 하고 설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입니다. 화성 곳곳이 신도시로 발전하면서, 없어지는 문화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꼭 역사학자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의 건축ㆍ역사적 발견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지난달 화성시청사 로비에서 지역 최초로 개최된 ‘제1회 화성건축문화제’를 기획ㆍ주최한 화성시건축사협회 오보환(52) 추진위원장을 그의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 사업 파트너와의 통화인지 20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얼굴을 마주할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다.

화성건축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오보환 위원장은 지역 건축문화를 건축될 당시의 역사, 문화, 기술을 비롯해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까지 담고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정의했다. 역사적 자료들이 건축문화 쪽에서 나온다면서 민족이나 문화적 공동체의 정체성과 직결되기에 매우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오보환 위원장은 개발에 밀려 상실되는 건축문화 역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현재의 건축문화를 확인하는 것이 화성 지역의 미래발전에 기여하는 일이자 사명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에서 좋은 도시건축, 좋은 농촌문화 전통이 함께 어우러지고 정착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효박물관이라던가 염전 쪽이라던가 지역적으로 조사 안 된 것들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후세의 볼거리로 계승시킬까?’ 그런 것들을 다하려고 했는데, 이번 문화재에서 제대로 승화시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이번 건축문화재는 송산면 고정리 일대에서 발견된 1억년 전 공룡알 화석지와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며 지지와 자원봉사를 아끼지 않았던 화성건축사협회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건축문화재 개최 전이나 후에도 인터뷰를 꺼렸던 이유는 행사를 위해 노력한 분들의 수고가 제 이름 속에 묻힐 수 있겠다는 우려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탁도 드렸던 것이구요”

오보환 위원장은 되도록 자신의 얼굴보다는 이번 행사를 위해 2년여간 마중물 역할을 했던 이들의 단체사진 게재를 부탁했다. 화성 곳곳을 담을 수 있는 사진전까지 계획하면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졌고 오후 4~5시에 모여 밤 10시까지 수고한 사람들이 이번 건축문화재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화성의 역사 건축문화를 연대별로 수집하려고 했지만 1800년대 자료가 없어 지난해부터 역사박물관, 지역 문화원, 읍ㆍ면 사무소 지원을 받기 위해 해매고 지역 곳곳으로 사진촬영을 다녔다. 아쉽게도 1900년대부터 1990년까지의 사진자료만 확보할 수 있었다.

오 위원장은 시청 로비에서의 소박한 전시회만을 결과물로 이야기하다보면 이번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1회 화성건축문화재’가 지역 건축사들만의 작품자랑을 벗어나 지역민들과 학생들이 현장 체험을 하면서 성장해갈 수 있는 발판이자 ‘화성에 이런 게 있구나’하는 홍보 효과를 얻는 좋은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생 화성공룡박물관 공모전’이 그랬다. 건축과가 있는 지역대학교와 화성공룡박물관 건립 산학협력 학사과정을 개설하고 아이디어 공모를 병행해 화성시 지역의 홍보 및 화성시 이미지 제고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협성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3월부터 학사과정을 개설, 3학년 1학기 건축설계학을 ‘박물관설계’로 변경 수업했다, 공룡화석박물관을 테마로 하는 3학점 이수 과정이었다. 수원대학교도 아이템이 좋다고 학사과정을 바꿔 참여했다.

현장학습 차량 지원에 점심 제공을 하면서 수업을 지원했다. ‘화성시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학생 교수 놀라워했고 시청에서는 박보현 창의비전담당관이 두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성시의 화성공룡박물관 건립계획을 인지시키고자 현장답사 및 공룡 개발 과정을 2시간 강의하기도 했다.

또 건축사 회원 15명 이상이 두 대학의 건축학 수업에 참석했고 총평시 품평회도 함께하면서 공모전을 알차게 준비시켰다. 현장 답사를 하지 않으면 공모할 수 없는 이번 ‘화성건축문화재’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살아 있는 ‘건축학개론’이었다고 오 위원장은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향남읍 화리현리가 고향이고 발안중학교를 나왔습니다. 화성에 대한 역사라던가 제암리의 역사적 자료에 관심이 많습니다. 화성문화원 이사로 7~8년 참여하면서 지역을 알 수 있고 객관적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화성 100년사’처럼 역사 변천사를 추적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동탄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거기 기록들이 얼마나 남아 있겠습니까. 지역민들이 잘 모릅니다. 글로만 남겨서는 이해가 안 되지 않습니까. 아파트가 싸니까 와서 살고, 직장이 가까워서 사는 곳이 아니라 역사적 삶과 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화성시’를 생각하고 애착을 갖도록 계속 지역의 문화적 향기와 변화된 모습을 자료로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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