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보다 가래떡보다 턴투워드 부산

 ▲ 이강준 서울북부보훈지청 ⓒ경양일보▲ 이강준 서울북부보훈지청 ⓒ경양일보우연의 일치겠지만 주민등록상 필자의 생일은 11월 11일입니다. 음력생일을 따르는 집안 전통상 양력생일은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11월 11일에 저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제가 음력으로 생일을 지낸다는 걸 모르고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꽤나 고맙기도 해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함께 11월 11일은 제 생일이 아니라고 조금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곤 했습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11월 11일을 제 생일로 착각해 선물을 주는 사람은 없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빼빼로라는 과자를 주고 받습니다. 1111이라는 숫자가 빼빼로를 연상시킨다고 하네요. 아마도 이러한 이벤트를 주도하는 청소년층의 큰 행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 즈음에 있다는 사실과 제과업체의 마케팅 전략이 합치되면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정체불명의 기념일이 신기하기도 하고 초콜릿 과자의 달콤함이 주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이제는 지인들에게 줄 과자를 가득 사는 것도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들으니 11월 11일에 가래떡을 먹자고 하나요? 알고보니 11(十一)의 한자를 합하면 흙 토(土)자가 되는 것에 착안해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하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자는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늘 맛좋은 쌀과 농산물들을 잔뜩 보내주시는 제 입장에서 보면 따끈한 가래떡은 농업인이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해 너무 달달한 빼빼로보다는 더 좋고 의미 있는 기념일인 것도 같습니다.

보훈청 직원이 왜 빼빼로니 가래떡이니 하며 이야기하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간식거리들이 책상에 쌓여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꽤 있지요. 하지만 달콤한 빼빼로를 먹고 쫄깃한 가래떡을 먹어도 무언가 빠진 것 같고 마음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요?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고 모르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사실 먹을거리로 넘쳐나는 11월 11일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한민국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대한민국을 위해 낮선 이국땅에 청춘을 바친 유엔군 참전유공자들의 희생과 넋을 기리기 위한「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행사가 열리는 날입니다. 사실 참여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11월 11일 11시를 기해 하던 일을 멈추시고 부산UN기념공원을 향하여 1분간 묵념을 하시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물론 같은 시간에 UN기념공원내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하거나 턴투워드부산 공식 홈페이지에 묵념 인증샷을 올려주시는 것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1분간의 묵념을 통해 즐기고 누리는 것에 익숙한 자신을 되돌아 보고 과연 이 행복이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해보는 것 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가 싶습니다.

가끔 우리는 부차적인 것에 집중하느라 가장 중요한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곤 합니다. 달콤한 초콜릿도 쫄깃한 가래떡도 UN군과 우리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과연 맛볼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11월 11일에 만나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의 뒤에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후세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마지 않았던 어떤 분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올해 11월 11일은 빼빼로보다, 가래떡 보다 턴 투워드 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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