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관처럼은 못할 것 같지만,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했다. 언제나 자식이 부모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tvN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으로 열연한 이성민(48)이 영화 '로봇, 소리'로 스크린 첫 원톱 주연에 나선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작전'(2009)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이호재(43)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민은 "늘 주연 옆에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 주연이 되다보니 긴장된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하면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절실한 적이 없었다. 평소에는 긴장을 잘 안 하는데,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름이 두 번째로 들어갈 때와 첫 번째로 들어갈 때는 확실히 다르더라. '내가 주인공인데 다른 배우들이 출연할까'라는 걱정도 했다. 캐스팅될 때마다 이런 심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딱히 명확한 기준은 없는데 연출이나 작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무엇보다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인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해관(이성민)은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 유주(채수빈)의 흔적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라며 해관을 말리던 그 때, 해관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난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보통 중년 남자가 첨단 로봇을 만났을 때 어떨지를 감독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가 보여주는 태도가 '보편적인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반응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일반적인 사람을 표현하는데 치중했다. 로봇을 마주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소리'의 목소리 연기는 심은경(22)이 맡았다. 말이 없는 로봇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땠을까.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합을 맞출 때 가끔 오작동이 나는 등 기술적인 부분들 말고는 크게 힘든 점이 없었다. 말과 표정이 없는 기계와 연기하는 게 애초의 설정이었다. 어찌보면 동물하고 연기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과는 달랐다. 형체가 있는 기계랑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새로운 시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촬영 내내 즐거웠고, 정이 많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소리'가 가는 날 주차장까지 따라갔다. 차에 실리는 것을 봤고 손도 흔들어줬다."

이성민은 해관과 딸을 기르는 아버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딸이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영화에서 딸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도 딸과 싸웠다. 당시 딸이 중2병을 심하게 앓았다. 아들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딸은 아빠한테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뭔지 모르겠는데 싸워도 묘한 감정이 있다. 해관 역시 딸이 결혼하는 순간까지 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갈등을 겪어도 그 바탕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했던 이성민은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에 로봇 '소리'와 내가 함께 있었고, 대구의 랜드마크인 우방타워가 그려져 있었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고, 대구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다뤘는데, 이 역시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이걸 이야기할 때가 됐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감독에게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더 드러내야 한다고 했는데, 감독은 최대한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 사건을 겪었던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어서다. 지금 생각해보니 감독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촬영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했다. 촬영 전에 대구 참사와 관련된 추모비,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을 아직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는 작품이 있다"며 "'로봇, 소리'도 그랬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가 잘 돼서 함께한 모든 배우들과 기쁨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전 세대를 관통하며 사랑 받아온 '부성애'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만난 '로봇, 소리'는 27일 개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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