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국장
고영남 국장

 

찌르는 창과 이를 막아내려는 방패를 일컬어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이 모순의 현장은 원고 측의 검사와 피고 측 대리인인 변호사 간에 벌이는 법리 논쟁이야말로 이 모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정 공방이야말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모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절대공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국회를 비롯한 정치영역에서의 모순은 진검승부가 아닌 약속 대련과 같이 짜고 친다는 느낌이 있어 논외로 친다.

모두(冒頭)부터 복잡한 논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경기 동북부지역 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출입 기자들과 공무원노조 간에 벌이는 감정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구나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 피킷 시위까지 불사하는 등, 그 감정의 골이 상당히 심각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그 핵심은 이렇다.

군단위 자치단체여서인지 출입 기자들과 공직자 간에 노출빈도가 잦아서인지 일부 기자들의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의 결이 거칠고 대개의 경우 반말이나 가벼운 육두 용어를 사용하는 등 누가 보더라도 출입기자와 직무해당 공직자 간에 있어서는 안되는 대화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참다 못한 공직자들이 나서서 협의 끝에 정면 대결로 맞붙게 된 것이다

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공직자들에게 허물없는 방식으로 친근감을 표한 것 뿐인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노협은, 기자라는 직군으로 벌이는 갑질 행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단호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본질은 “안다” 의 반대말이 “모른다” 가 아닌 “안다 의 착각”이라고 하는 소위 MG세대와 올드한 출입 기자들 간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필연적 현상에 다름 아니다. 

이쯤에서, 공격하는 창과 방패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간, 기자들의 횡포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공노협이 방패인가 아니면 현재 실명을 거론하는 피킷 시위의 대상 기자들이 방패인가 사뭇 헷갈리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창 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떤 경우에는 창 이 되고 또 다른 상황에선 방패가 되는, 그래서 미궁에 빠지는 듯 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미로와 같은 공격과 방어는 대체 누구에게 이로울 것인지, 아니면 해로울 것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단지, 말 곱게 해서 뺨 맞지 않는다는 옛 말처럼 상대의 인격을 배려하는 성숙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말이란 자신 안에 깊숙이 감추어진 격(格)과 품(品)을 드러내는 인격의 지표이자 시금석이다. 

부드럽게 건네지는 겸손한 한마디 말이 격하게 쏟아내는 거친 말들에 비해서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내어 본다.

말 한마디로 천량 빚도 갚는다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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