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고위관계자가 영접했어야...대한민국 최고훈장 수여는 못할망정

김형운 국장(主筆役)
김형운 국장(主筆役)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한국방문이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세계의 경찰과 군대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권력 3위 펠로시에 대한 한국의 ‘홀대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밤늦게 도착하고 사전에 협의를 거쳤어라도 고위급 인사들의 대거 몰려가 환대를 했어야 했다.

펠로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도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력 때 제동을 걸었다. 위안부 규탄 결의안 하원 통과를 주도하며 일본의 사과를 촉구한 한국의 영원한 전설적인 친구다.미국에서는 최다선의 여성 정치인이다. 휴가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최고의 대한민국 훈장은 주지못할망정 아무도 나가보지 않는 결례를 범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코리아의 자존심을 세웠다.처음으로 잘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그러나 대한민국은 8.15 광복과 6.25 전쟁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과 맹방이다. 최고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의회대 국회와의 만남이어서 국회 사무처 1인자와 외교부 장관등이 오산공군기지로 달려가 극진히 환대했어야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냉대했다”고 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외쳐온 윤 정부 기조는 어디로 갔나. 자존심이 센 미국의 정가와 외교가 인사들의 서운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소홀한 응대는 방한이 미·중 갈등의 상징인 대만 방문 직후에 이뤄지는 바람에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에도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분위기다. 냉엄한 외교정책을 하려면 중립에 서면된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역국이고 남북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란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신라.백제.고려와 조선을 아래국가로 취급한 나라다. 맥아더 장군의 북진으로 한반도 회복에 중국이 개입하는 바람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았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를 자국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같은 역사를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눈치를 봐서는 안된다. 당당하게 할 것은 하고 협력할 것은 하는 중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2017년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뒤 중국의 엄청난 경제적 보복을 감수해야 했던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4일 정오부터 사흘 동안 대만을 봉쇄하려는 듯 주요 항만 주변을 촘촘하게 둘러싼 채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했다. 

훈련 기간 사상 처음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도 발사할 태세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나드는 중국군의 도발도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대만 전체가 한동안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3일엔 중국은 경제 보복 조처도 쏟아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순방으로 대만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펠로시가 직항을 하지않고 한참 돌아가는 굴욕도 있었지만  ‘대만에 대한 굳은 지지’를 확인하는 큰 성과를 챙겼다. 미-일 동맹 강화에 ‘올인’ 중인 일본도 대만 사태를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의전책임 문제나 떠넘긴 한국만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윤 대통령이 방한한 펠로시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한 것에 대해 지난 5일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의회의 대표를 ‘패싱’한 것이 어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휴가중이던 윤 대통이 펠로시를 반드시 만나야한다는 메시지였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만약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미국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이고 대한민국 무시입니까"라며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대통령께서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라 외교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만 방문과 한국 방문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의전 결례’라는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회는 서로에게 궁색한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는 이같은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최고 동맹을 홀대해서는 안된다./전 한국신문윤리위원.한국기자협회 자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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