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진민용
논설위원 /진민용

 

필자가 어린시절은 물론이고 청년시절까지 ‘멸공 방첩. 때려잡자 공산당.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작은 간판들이, 특히 ‘멸공 방첩’은 한때 대한민국의 건물 외벽과 전신주, 광고판, 관공서 및 산에 표어가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많던 구호와 포스터들이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면서 경제력이 커지고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진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기 시작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완전히 다 사라지게 한다는 뜻이고, 방첩(防諜)은 적의 첩보 활동을 막고,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사전에 나와있다.  

그 당시 남북 관계는 상당한 긴장감도 있었지만 또 남파간첩이나 내부간첩도 많았던 시기다. 그래서 반공교육을 강화하고 궐기대회도 사건이 있을때마다 했던 시절이다. 

60년대 ‘반공 방첩’이 국시(國是)던 시대에는 전국 학생 표어와 포스터 대회가 해마다 열렸다. 수많은 표어 중 가장 많이 접했던 것은 반공(反共) 표어였다. 반공은 승공(勝共)이 되고 멸공(滅共)으로 변했다. 지금은 귀에 낯선 말이 됐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라졌던 ‘멸공’이란 단어가 최근 새삼스럽게 장안의 화두가 됐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이란 단어를 쓰자 폭력적 표현이라고 임의로 삭제된 게 발단이다. 

표현의 자유를 무시했다고 정용진 회장이 항의하자 인스타그램이 슬그머니 다시 복구시킨 것이다. 그걸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평소 패기 넘치고 SNS로 청년들과 소통하는 중년 사업가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조국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느닷없이 재벌 회장과 윤석열을 불러서 싸움판을 만들었다. 조국의 만사 참견 본능이 싸움을 촉발했다. 조국 말대로 21세기에 세계 유일의 3대 세습 독재 공산국가를 주적으로 하는 우리가 멸공이란 말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중년의 사업가가 자신의 소신에 따라 ‘공산당이 싫어요’와 ‘멸공’이란 말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사노맹 출신 조국의 눈으로 볼 땐 당연히 쓰면 안 되는 금기어일 수 있다. 친중과 친북주의자 문재인 정권에서 ‘멸공’은 금기어고 대국인 중국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소국 대통령’ 문재인 앞에서 ‘공산당은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국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뜬금없이 말한 것은 무슨 뜻으로, 왜 했는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조국의 말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서 화답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스타벅스와 이마트 및 신세계 불매운동과 정용진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정용진은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북쪽 애들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날 경찰이 대공 업무 부서를 두고 간첩소탕에 나섰으나 국정원에 송두리째 이관한 지가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들어 간첩 잡았다는 소식은 없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에 다시 대공 업무를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날 경찰이 대공 분야를 두고 전국 경찰서 관내에 주민들로 조직된 멸공계몽 요원 또는 대공 지도원회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놓고 협조를 당부해온 업무 중 하나였다. 

그동안 경찰이 대공 업무에 손을 놓은지 공백 기간이 너무 길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민주 경찰에서 사라졌던 대공 업무가 부활되어서 북한을 동조하는 국가보안 사범들, 말하자면 간첩을 잡는 데에 기대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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