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열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생 먹거리계획

합천군,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조감도
합천군,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조감도

(합천=여태동 기자) 숨쉬고 먹는 일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 조건임에도 자연상태에서 기본적으로 누리는 혜택인 숨쉰다는 것과는 달리 먹는 일은 그렇지 못하며 농민이라는 특정 직업군에서 먹거리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농업 생산기반이 붕괴되어 우리의 한끼 밥상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미세먼지나 황사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딱히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농업기반이 무너지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도 경제적 능력에 따라 향유하는 먹거리의 질적인 차이가 있고 먹거리 공급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극빈층도 있다. 먹는 행위가 인간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에는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하여 먹거리의 안정적이고 평등한 공급은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과 직결되는 것임은 분명해지게 된다.

‘상생먹거리계획(푸드플랜)’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역 상생 먹거리계획이라는 다소 생소한 컨셉은 흔히 지역 내 먹거리 순환 종합전략이라 하겠다.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로컬푸드의 지역 내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인 것이다. 

먹거리 공급을 공적인 차원에서 관리하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과 파생되는 환경⁃생태⁃보건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아우르고 안전한 먹거리 조달과 먹거리 불평등 해소를 넘은 사회적 관계형성, 국민건강 증진, 환경문제 해결 등의 효과를 연쇄적으로 노릴 수 있다.

◆ 상생먹거리 계획과 농업과의 관계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생산분야인 농업이 지속 가능함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먹거리계획이 수립되면 농업에서 일정 부분 계획생산이 필요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식량과 농산물을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수요에 맞는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의 생산자에게 생산량을 배분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통채널이 생성된다. 생산 농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지역 내 중소농의 조직화를 유도하여 마을 단위 공동가공(6차산업)도 활성화하게 된다. 

이러한 기획생산이 가장 용이한 곳이 ‘학교급식’이다. 학교급식은 학생수만 정해지면 물량이 정해지고 이에 따른 재배면적도 정해지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 농업이라는 게 단 한번도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본 적이 없다. 농산물 가격은 외부에서 경매라는 방식으로 결정되다보니 경매시장에서 결정된대로 받아야한다.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깨나가기 위해서는 먹거리 수요에 따라 필요한 것을 우리가 계획하고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보자는 것이 상생 먹거리계획의 목적이기도 하다.

합천군, 공공급식지원 위원회 출범
합천군, 공공급식지원 위원회 출범

◆ 민⁃관 소통과 협업으로 완성되는 지역 상생 먹거리계획

‘건강한 군민, 지속 가능한 농업, 더불어 사는 지역 경제’로 축약되는 지역 상생 먹거리계획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지역 주민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먹거리 관리체계라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친환경 기획생산, 취약계층을 위한 먹거리 복지 확대, 환경 보호까지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안고 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와 재정적, 제도적 뒷받침일 것이다. 또 급식단체나 청년네트워크, 사회적 경제조직 등 여러 조직들이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소비 주체인 주민들의 공감대와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주민들이 외면하는 먹거리계획은 설 자리가 없다. 민관 협력체제가 긴요한 이유다. 공론화와 합의 없이 지자체만 앞서 가지 않고 지역 내 먹거리단체와의 소통 협업을 원칙으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합천군 상생 먹거리계획

지난 6월부터 합천군(군수 김윤철)은 ▲ 먹거리통합체계 구축, ▲ 먹거리 공급체계 구축, ▲ 먹거리 접근성 강화, ▲ 합천로컬푸드 소비네트워크 활성화, ▲ 환경친환 순환시스템 구축의 5대 추진전략을 가지고 지역 상생 먹거리 계획 추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 4월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및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민⁃관 협의체인 공공급식지원위원회 운영과 기획생산농가 모집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11월 중 완공을 앞두고 있는 합천군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공공급식에 지역 농축산물을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소비를 통합적으로 기획관리하는 플랫폼으로써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년 3월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어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순환 모델을 만들어가는 합천군의 남다른 도전과 끊임없는 열정은 계속되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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