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지 중요성 강조해 다시 불허가 받아낼 것”
인각사 비롯 지역 불교계도 반대 한목소리
김진열 군수 ‘군위댐 수상탱양광 송전선로 공사, 반대의견 강력 표명’ 

인각사 앞 송전선로 반대현수막
인각사 앞 송전선로 반대현수막

(군위=김중환 기자) 지난해 군위군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군위댐 수상태양광으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주민들은 일방적인 추진과 우려와 불안으로 반대추진위원, 진실규명위원회 등 반대단체를 구성하고 수상태양광 건설을 막아섰다. 

지방선거를 거쳐 태양광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고 군의회에서도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주민들과 함께 결사반대를 외쳤다. 10월에는 공론화협의체가 구성되어 워크숍을 열고 4차례에 걸쳐 공개토론을 벌였으나 군민의 88.8%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만 남겼다. 

문화재위원회 현지조사
문화재위원회 현지조사

김진열 군수는 수상태양광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을 두고 공사측에 수상태양광 설치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엉뚱한 곳에서 사업이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허가 없이 송전선로를 설치하며 문화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으면서였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현상변경허가와 매장문화재보법상 유존지역 보호방안을 수립하지 않은 수자원공사는 인각사지 인근 역사문화화경보존지역에 설치한 17본의 전신주를 뽑아냈고, 지중선로 50미터를 원상 복구했다. 이어서 군위군은 도로점용허가를 취소했다. 

불법 전주 및 지중선로 원상회복
불법 전주 및 지중선로 원상회복

공사측은 올해 2월 정식으로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 3월 12일 인각사지 앞을 관통하는 송전선로 공사에 대한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불허가했다. 문화재 보존관리 저해로 허가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정이었다. 인각사지 훼손 우려로 반대의견을 제시한 군위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자원공사측은 지난해 11월 무허가 공사에 따른 원상복구에 이어서 올해 3월 정식 허가신청 마저 불허가되며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국유사면 반대현수막
삼국유사면 반대현수막

그러나 공사측은 연이어 재신청에 들어가 현재 군위댐 수상태양광 송전선로 공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와 군위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신청에서는 인각사지 인근 구간을 지중화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한 공사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중화 결정을 한 데에는 문화재 경관성 저해 영향이 낮아 인용 결정을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위군의 생각은 다르다. 군은 온적한 인각사의 사역(절이 차지하고 있는 구역) 복원을 위해 선로지중화도 불허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위군에 따르면 현재 인각사는 전체 사역의 1/3정도만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통일신라시대 전성기 인각사지의 사역은 학소대쪽 구릉평지 전역으로, 인각사지 앞 지방도 마저도 선로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상태양광 공론화 협의체 3차회의
수상태양광 공론화 협의체 3차회의

실제 2002년 인각사의 사역 조사를 위해 실시된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 시대 인각사의 사역은 인각사의 전체 사역은 위천 학소대쪽으로 돌출된 구릉평지 전역이며, 위천의 범람 한계선과 접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 말 마무리된 제9차 발굴조사에서도 전성기 인각사지 복원을 위해서는 지방도를 우회시켜 발굴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이 일관성 있게 기술되어 있다.

군위군은 특히 삼국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며 보각국사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삼국유사의 산실로서 인각사의 역사적 가치 더 높아진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20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청한 수상태양광 송전선로 설치 관련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에 대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현지조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진열 군위군수는 문화재위원들에게 군위댐 수상탱양광 송전선로 공사에 대한 반대의견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김군수는 위원들에게 “원상복구 후 현상변경 허가가 불허된 사업을 새로운 시도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군위군민들은 우려가 크다.”라며“삼국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와 더불어 인각사지의 보존·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문화재청에서 반드시 불허가 되어야 한다.”라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

현장에는 인각사 주지 호암스님을 비롯한 군위군 불교사암연합회 회원 스님들이  수자원공사의 송전선로 공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함께했다.

호암스님
호암스님

인각사 주지 ‘호암스님’ 인터뷰

▲ 인각사는 어떤 곳인가?

인각사는 신라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라의 고찰로서 보각국사 일연스님이 몽고 침입 후 민족 문화유산을 남겨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생에 마지막 5년을 머물며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이다. 

지난해 삼국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며 보각국사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삼국유사의 산실로서 인각사의 역사적 가치가 더 높여졌다. 삼국유사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에는 군위군과 군민 그리고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노력이 있어서였다. 

삼국유사의 정신이 깃든 인각사는 군위 댐 건설 시 수몰될 뻔했던 위기에서도 군민과 불교계의 노력으로 댐의 위치를 바꾸며 지켜진 바 있다.

▲ 군위댐 수상태양광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이유는?

2008년 5차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시대 1호 건물지 인근에 대한 발굴이 있었다. 이때 청동공양구일괄 등 1,0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복원과정을 거쳐 청동공양구가 2019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렇게 중요한 건물지가 인각사 앞 지방도에 의해 잘려있는 모양새이며 도로 때문에 아직 발굴 못 한 상황이다. 

만약 송전선로 매설 작업 중 유구·유물이 나오면 정밀조사가 들에 들어가야 한다. 그 때부터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삼국유사면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2차선 도로를 어떻게 막고 정밀 발굴조사를 할 수 있겠나? 

이런식으로 인각사지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이 점에서 주지로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 해법은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인각사 상류인 군위 댐에 수상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서 불거졌다. 국가정책에 따른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생산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익추구를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은 다른 곳에서 가능하지만, 인각사는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얼을 지켜 왔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번 잘못 놓인 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얽매인다면 이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한다. 수자원공사는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각사지를 훼손하는 송전선로 건설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굳이 대안을 들자면 현재의 관통 도로를 산쪽으로 우회시키고 인각사는 학소대와 함께 복원·정비를 시행하고 이때 새로 난 도로를 따라 송전선로를 매설해야 한다. 20여 년 전부터 인각사 전역에 대한 발굴조사 등 고고학적 조사가 진행됐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주변전체가 통일신라시대의 유구흔적들이 분포하고 있어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에는 위천의 범람 한계선과 접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전성기 인각사 사역을 복원한 후 송전선로 공사가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다.

▲ 문화재청 위원으로도 계시고 이분야 전문가라 들었다. 문화재 현상변경이란 무엇인가? 

문화재 현상변경이란 ‘문화재 원래의 모양이나 현재의 상태를 바꾸는 모든 행위로서, 문화재의 생김새ㆍ환경ㆍ경관ㆍ대지 등 문화재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건이나 현 상태에서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인각사지의 현상은 수많은 백학이 서식한 것으로 전해지는 운치 있는 학소대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인각사와 어우러질 때 인각사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장릉 왕릉뷰 아파트 논란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대한민국 문화재이자 세계유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보다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관리 수준이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전문가들은 조선왕릉 훼손이 계속되면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영국의 도시 리버풀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군위에서도 군위 댐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군위 인각사 문화재보호구역에 현상변경 허가 없이 불법으로 전봇대를 세워 문화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아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군위 댐 수상 태양광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 훼손 논란이 불거지며 불교계와 군민들의 공분을 샀다. 

세계기록문화유산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각사지도 김포 장릉과 같이 사적지로 보호받고 있다. 사적지는 부지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이며 그 외곽은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는 일단 원형이 변형되거나 훼손이 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문화재 지정이 해제될 수도 있다. 문화재 보호의 기본원칙은 ‘원형유지’이며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를 온전히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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