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大記者
장수영 大記者

 

아! 슬퍼라.

산이 무너지고 기둥과 들보가 내려 앉으니 온세상이 칡흑같이 적막합니다.

이 어두운 광야에 홀로남겨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 혼자 뿐이라 외로움과 슬픔을 이겨낼수 없으니 육신을 가눌수가 없습니다.

꽃눈이 트이는가 했더니 금세 연록색으로 변한 이 봄날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홀연히 떠난 당신 생각으로 낮,밤을 지세우며 당신환영을 내눈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곁을 떠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나는군요.

태어나고 사라짐이 만물의 공도(公道)요 사람의 일생이라지만 어찌하여 나를 남겨두고 앞세 이생을 떠났단 말이요.

인생의 무상함이 아침 이슬과 저녁 연기같고 물에 뜬 거품이요 먼산 아지랑이 같다지만 당신을 먼저 떠나보낸 죄책감이 마음에 병이 되어 억장이 무너지는 듯 세상만사가 혼미해 보입니다.

당신이 없는 이 세상, 이제 나에게는 기다림이 없어졌습니다,  나를 보살피고 반겨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기다림이 없으면 세월이 더 빨리 간다는데 90을 바라보는 이 나이이가 천애고아신세처럼 외로운 고독감을 이겨낼 기력마져 없습니다, 당신이 떠난후 만사의욕을 상실, 바깥출입도 하기 싫고 허공만 쳐다보는 실어상실증에 짓눌려 있습니다.

나이든 남자의 뒷모습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는데 당신없는 외톨이 신세가 꼭이러합니다. 당신과 이생에서 맺은 인연으로 59년을 해로하다가 당신을 앞서보낸 나에게는 오로지 당신에게 잘못한 죄책감만 회환으로 남네요.

젊은날 정겨운 애정표현 한번 제대로 못했고 사회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 3남매 손자, 손녀 키우는 가사일을 당신에게만 의존했습니다.

남들처럼 오순도순 손잡고 국내외 여행도 자주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유복하게 해주지 못하면서 가정 대소사에 당신과 의견이 분분했을 때 당신이 겪은 상심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살아생전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한것들이 더더욱 후회스럽습니다. 지난세월 내 잘못을 아무리 한탄하고 당신에게 용서를 구한들 알아듣지도 대답하지도 못할 당신이지만 이렇게라도 내마음을 토해내야 숨이라도 쉴것같고 굳어있는 몸덩어리가 풀릴 것 같아서입니다.

이 마음속에 담겨있는 한과 후회를 어찌 글이나 말로써 다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내의 유형을 네가지로 들어 어머님같은 아내, 누이같은 아내, 친구같은 아내, 하녀같은 아내를 말씀했는데 당신은 이 모두에 모자람이 없는 나의 반려자 였습니다. 나에게는 어머니, 누이, 친구, 같았고 의견이 분분할때는 나의 뜻을 경청해주었는데 이는 당신의 타고난 자품이 개결하고 마음가짐이 소박관대한 현모양처 였기 때문입니다.

인생 80고개를 넘기면 경사면 내리막을 미끌어지듯 빨리 간다고 했으니 나도 멀지않아 당신곁을 찾아 갈것입니다.

부디 이생에서 쌓았던 모든업과 조심 걱정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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